1. 언어의 본질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본질적으로 기호를 통해 보여집니다. 이 기호는 형식과 내용으로 이루어지며 그 상호작용을 통해 기능을 수행하게 됩니다. 이 경우 기호의 형식은 음성이나 몸짓, 문자 등이고, 기호의 내용은 형식 안에 담긴 의미로서 심리적이고 추상적인 속성을 지닙니다.
기호로서 언어가 갖는 특성에는 자의성, 사회성, 역사성, 분절성, 추상성 등이 있습니다. 먼저 자의성은 기호의 형식과 내용 간에 필연성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의적 기호는 형식을 통해 내용을 유추할 수 없고 내용을 통해 형식을 유추할 수도 없는데 이러한 관계는 사회적 관습에 따라 규정됩니다. 한국에서 '집'이라고 부르는 것을 영어에서는 '하우스(house)' 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에 해당하며 관습화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의 역사적 변화도 언어 기호가 자의적이라는 증거가 됩니다. 만약 기호의 형식과 내용이 지니는 관계가 필연적이라면 단어의 형태나 의미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지만, 실제로 단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이를 기호의 역사성이라고도 합니다. 동음이의어나 유의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자의성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언어는 사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어 기호의 내용과 형식이 자의적으로 결합되었다고 해서 그 관계를 마음대로 고치거나 없애거나 새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 언어 사회에서 어떠한 말소리에 어떠한 의미가 붙어서 그것이 그 언어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인정 받고 관습적으로 그 사회에 통용되어 있으며, 이를 그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 따르는 것을 기호의 사회성이라고 합니다.
언어 기호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어 기호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는데 이를 언어 기호의 역사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중세 국어의 '어리다'가 현대의 '어리석다'의 의미였다면, 현대의 '어리다'는 나이가 어리다의 의미로 변화한 것에서 언어 기호의 역사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어 기호는 또한, 분절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연현상은 특별한 경계선 없이 연속적으로 존재하지만 언어는 이를 구분하여 표현합니다. 이를 언어의 분절성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무지개'는 이러한 분절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자연형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로 들고 있습니다. 무지개는 본질적으로 경계선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존재하는데, 우리는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깔로 분절하여 파악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언어 기호는 추상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언어 기호의 대표적 유형인 단어는 다양한 방식의 추상화 과정을 거쳐 형성된 개념을 전달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는 '소나무', '밤나무' 등 매우 다양한데, 이러한 수많은 나무의 공통 속성을 뽑아 내는 추상화 과정을 통해 '나무'라는 단어가 형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 기호는 개념과 관련하여 그 자체로 추상성의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2. 언어와 사고의 관련성
언어와 사고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가. 한국의 언어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존대법'입니다. 존대 의식은 이와 관련된 사고를 형성하게 됩니다. 어린이의 언어 발달 과정에서 존대법을 통하여 존대 의식이 확립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남녀 사이에서 서로를 좀 더 존중하고 싶어 화가 날 때 존댓말을 쓰자고 규칙을 정하는 것이 이러한 존대 의식 확립과 관련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편 '복잡성의 원리'로서 사고의 복잡성이 언어 구조에 반영되는데 단수와 복수, 단일어와 복합어, 상태와 과정, 긍정과 부정 등 후자는 전자보다 복잡한 사고이며, 언어 구조상으로도 후자가 전자보다 복잡합니다.
'나 먼저 원리'의 사고방식은 '나(자아)' 중심적인 요소에 일차적인 주의를 집중시키는데 '이곳저곳', '이리저리', '오늘내일', '안팎', '국내외' 등의 단어를 통해 심리적 거리에 관련된 합성에 이러한 경향성이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저성의 원리'로서 우리의 사고방식은 현저하거나 적극적인 요소에 일차적인 주의를 환기하는데, '장단', '고저', '여야', '군신', '처첩', '부모', '남녀', 신랑신부', '자녀' 등의 단어에서 이러한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언어와 사회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무리를 언어 공동체라고 합니다. 이러한 언어 공동체 속에는 언어 변이가 존재하는데, 이러한 언어 변이의 사회적 요인에는 지리적 위치, 사회계층, 성별 등이 있습니다.
현대 한국어의 표준어는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인 서울의 말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는 여러 방언 가운데서 '서울'을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라고 판단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자격을 받으면 공용어로서의 대표성을 지니게 됩니다. 표준어와 방언에 대한 인식은 서울 사람이나 다른 지역 사람 모두가 듣기 좋고 상냥하다로 반응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언에 의한 언어적 변이가 심하면 의사소통이 어렵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표준어의 '달걀'을 다른 지역에서는 '독새끼'라고 표현하며 다른 지역에선 이 단어가 병아리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하는 것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어 공동체에선 사회계층에 의해서도 언어적 변이가 나타납니다. 이러한 변이는 영국의 '노리치'라는 학자의 '사회계층의 '-ing' 사용 양상에 대한 실험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실험에서 주목되는 현상은 비교적 낮은 계층의 화자들이 자신들의 일상적 말보다, 자신들이 생각했을 때 더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문체로 말하는 것에서 이들이 신분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한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한국의 양반들이 촌락을 이루고 살고 있는 경상북도 안동 지방의 '반촌'의 경우, 사회계층에 따른 친족 명칭의 변이에 흥미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는 전통적으로 남인 후손과 노론 후손의 두 가지 사회계층 집단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다른 친족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친족명칭은 남인과 노론이라는 사회집단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유지하는 지표가 되는 셈입니다.
(글 참고 서적, 학교 문법과 문법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