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태소
'형태소'는 형태론의 기본 단위로서 '최소 유의미 단위'를 말합니다.
'학교에 간다'에서 '학교'는 실질적 의미를 갖고 있는 '명사'이며, '에'는 문장 내에서 '학교'가 부사어임을 나타내 주는 문법적 의미를 갖는 '조사'입니다. 또한 '가-'는 생략된 주어의 동장을 나타내 주는 '동사 어간'이며, '-ㄴ다'는 문장을 현재형으로 종결시킨다는 문법적 의미를 갖는 '종결 어미'입니다. 한편, '풋사과'는 '덜 익은'이라는 의미를 갖는 접두사 '풋-'과 체언 어근 '사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와 같은 단어들의 단위들은 다시 음절 단위로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과'를 '사', '과'처럼 음절 단위로도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분석은 '사과'라는 의미를 유지할 수 없게 하므로, '사과'는 더 이상 분석될 수 없는 최소 의미의 단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의미를 갖는 가장 작은 말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부릅니다.
형태소는 '자립성' 여부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립성 여부란 형태소가 제 홀로 쓰일 수 있는가, 다른 말의 단위에 의존되어 쓰여야 하는가를 말합니다. '꽃'이나 '사과'와 같은 단어는 '다른 형태소의 도움 없이도 홀로 쓰일 수 있는데, 이러한 형태소를 '자립 형태소'라고 합니다. 용언의 어간이나 조사, 접사 등은 홀로 쓰일 수 없고 항상 다른 형태소와 함께 쓰이는데, 이러한 형태소를 '의존 형태소'라고 합니다.
형태소는 '의미'의 유무에 따라서도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의미의 유무란 형태소의 의미가 실질적인가, 형식적인가를 말합니다. '꽃'이나 '사과'는 구체적 대상을 가리키며, '가-'는 대상의 동작을 나타내는 실질 의미를 갖고 있는데, 이러한 형태소를 '실질 형태소' 또는 '어휘 형태소'라고 합니다. '에', '-ㄴ다', '풋-'등은 문법적 의미를 가지거나 형식적 의미를 덧보태어 주는데, 이러한 형태소를 '형식 형태소' 또는 '문법 형태소'라고 합니다.
최소 의미를 갖는 말의 단위로서 형태소는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환경에서 형태를 달리하기도 하는데, 그 각각을 '이형태'라고 합니다. 이형태는 그 실현되는 조건에 따라 '음운론적 이형태'와 '형태론적 이형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사자가 고기를 먹는다. / 2) 뱀이 알을 먹는다.
1)과 2)의 예문을 볼 때, 1)의 '가'와 2)의 '이'는 모두 주어임을 표시해 주는 형태소입니다. 같은 기능을 하지만 '가'와 '이'로 그 형태를 달리하여 나타나 있고, 마찬가지로 목적어임을 표시해 주는 형태소가 '을'과 '를'로 달리 나타나 있습니다. '가'와 '를'은 앞 음절이 자음으로 끝날 때 나타나며, '이'와 '을'은 앞 음절이 자음으로 끝날 때 나타납니다. 이처럼 음운론적 조건에 따라 바뀌어 나타나는 것을 '음운론적 이형태'라고 합니다.
3) 쌓-아라, 나누-어라 / 4) 하-여라, 오-너라
3)의 명령형 어미 '-아라'와 '-어라'는 앞 모음 음절이 양성 모음인가 음성 모음인가에 따라서 달리 나타난 음운론적 이형태들입니다. 그런데 4)와 같이 '-아라/-어라'는 형태소 '하-'와 결합할 때 음운론적 조건에 따른 '-아라'가 아닌 '-여라'로 나타나고, 형태소 '오-'와 결합할 때, '-너라'로 나타납니다. 명령형 어미 '-여라'와 '-너라'는 각기 '하-', 오-'라는 용언 어간과 결합할 때만 나타나는 이형태입니다. 이처럼 형태론적 조건에 따라 바뀌어 나타나는 것을 '형태론적 이형태'라고 합니다.
2. 단어
'단어'는 자립할 수 있는 말이나 자립할 수 있는 형태소에 붙어서 쉽게 분리될 수 있는 말입니다. '잡-았-다'에서 형태소 '잡-', '-았-', '-다'는 홀로 쓰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그 형태소들은 단어의 자격을 가질 수 없고, 이들이 서로 결합된 '잡았다'가 자립성을 갖는 하나의 단어가 됩니다. '사기-꾼'에서 '-꾼'도 혼자 쓰일 수 없으며, '사기'와 결합된 '사기꾼'이 자립적인 단어가 됩니다. 노든 자립 형태소들은 단어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의존 형태소들은 단어의 자격을 가지 못합니다. 여기서 '자립할 수 있는 형태소에 붙어서 쉽게 분리될 수 있는 말'이라고 한 것은 조사를 '단어'로 처리하기 위한 것입니다. 즉 조사는 의존 형태소이지만 그 조사와 결합하는 선행 요소가 자립 형태소이기 때문에, 조사도 그에 준하는 자립성을 가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조사를 어떠한 언어 단위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단어의 정의와 관련하여, 그리고 '어미'와 관련하여 국어학의 중요한 논쟁 중 하나였습니다. 조사와 어미를 단어로 보느냐 마느냐에 대한 관점은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분석 체계'는 조사나 어미가 의존적인 것은 국어의 교착적 성질에 기인하는 것일뿐, 이 둘은 문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문법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어로 보자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어미까지를 단어로 본다면 '용언 어간'도 단어로 보아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둘째, '종합 체계'는 조사나 어미는 모두 자립성이 없으며, 그 자체가 온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둘 다 단어로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모든 의존 형태소를 단어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자립성을 갖는 언어 단위'라는 단어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셋째, '절충 제계'는 형행 학교 문법이 취하고 있는 입장으로 조사는 선행 체언과 쉽게 분리될 수 있는 준자립적 단어로 인정할 수 있지만 어미는 어간과 분리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어 단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단어는 그 구성 요소가 긴밀하게 결합된 단위이기 때문에 구성 요소 사이에 다른 성분을 끼워 넣을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단어인 '작은아버지'는 '작은'과 '아버지' 사이에 다른 성분을 끼워 넣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두 단어로 된 '작은 아버지'는 '작은 내 아버지'와 같이 두 단어 사이에 다른 성분을 끼워 넣을 수 있습니다.
출처.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임지룡(2005, 박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