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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문법, 음운과 음운 체계

by 팍샘 2023. 1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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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소리와 발음 기관

인간의 언어를 이루는 소리를 '말소리' 혹은 '음성'이라고 합니다. 그 밖의 소리는 '음향'과 구분하게 됩니다. 말소리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기관을 '발음 기관' 혹은 '음성 기관'이라 하는데 이 기관들은 원래는 대부분 숨을 쉬거나 음식물을 씹어 넘기는 것과 같은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지만 이차적으로 말소리를 내는 데 이용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얼굴을 옆에서 보았을 때 단면을 놓고 생가해 보면, 인간의 발음 기관을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말소리는 먼저 호흡을 위해 드나드는 공기에 얹혀 나기 때문에 말소리가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공기가 움직여야 합니다. 이 단계를 공기 움직이기라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허파로부터 밖으로 나오는 공기가 말소리를 내는 데 이용되므로 허파를 '발동부'라고 합니다.

허파에서 불어낸 공기는 '기관'을 타고 올라 오다가 턱 바로 아내에 있는 '후두'에 다달아 그 안에 있는 성대를 지나면서 비로소 소리가 나게 되는데, 이 단계의 일을 '발성'이라고 하며, 목청을 '발성부'라고 합니다. 목청을 가볍게 좁힌 상태에서 공기를 지나가게 하면 마주 보고 있는 목청이 떨게 되는데, 이 목청의 떨림, 즉 성대 진동에 의해서 나는 소리를 '유성음(울림소리)'이라고 합니다. 자음 중에도 유성음이 있는데, 우리말에는 'ㄴ, ㅁ, ㅇ, ㄹ'이 유성음에 해당합니다. 대부분의 '무성음(안울림소리)'은 벌어진 목청 사이로 그냥 지나간 공기가 후두 위쪽에 있는 여러 기관의 다양한 작용에 의해 소리가 나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로, 목청을 지난 공기는 '후두개'를 통과하여 복안에 다다랐다가 다시 입이나 코를 지나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하나의 말소리가 구체적인 소리값을 가지기 위해서는 목청으로부터 말소리를 싣고 올라온 공기가 후두의 위쪽에 자리잡고 있는 목안(인두), 입안의 여러 부위들(혀, 입천장, 이, 잇몸)과 입술, 코 등의 기관을 거치면서 필요한 작용을 받아야 합니다. 이 과정을 '조음 과정'이라고 하며, 이 과정에 참여하는 기관을 '조음부'라고 합니다. 조음부의 여러 기관들은 서로 협력하여 말소리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내는데, 공기가 흘러나가는 통로를 기준으로 위쪽에 자리 잡은 기관, 즉 윗입술, 윗니, 윗잇몸, 입천장 등은 소리를 내는 동안에 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고정부라고 하고, 소리를 다듬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아랫입술, 아랫니, 혀 등을 능동부라고 합니다. 목청은 발성부와 조음부의 역할을 함게 수행하게 됩니다.

 

2. 말소리의 종류

목청에서 두 입술까지 말소리를 실은 공기가 지나가는 길, 즉 조음부의 여러 기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통로를 '공깃길'이라고 하는데, 공기가 이 통로를 통과하는 모습에 따라 자음과 모음이 나뉘어집니다.

'자음'은 공깃길의 특정한 자리가 완전히 막히거나 매우 좁아져서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나는 소리이고, 그런 방해를 받지 않고 나는 소리가 '모음'입니다. 

한 자음의 구체적인 소리값은 공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는 자리와 방해를 받는 방법에 따라 정해지고 그 결과에 따라 자음의 종류가 나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모음은 공깃길의 모양을 결정하는 요인, 즉 혀의 전후 위치나 높낮이, 입술의 모양 등에 따라 소리값이 결정되고 또 그 결과에 따라 모음의 종류가 나뉘게 됩니다.

목안까지 다다른 공기가 입을 통해 나가느냐 코를 통해 나가느냐 하는 것은 목젖의 움직임에 따르게 됩니다. 목안의 위쪽 천장에 매달려 있는 듯이 보이는, 입천장의 안쪽 끄트머리 부분을 목젖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목의 뒤쪽 벽에 붙으면 코로 나가는 공깃길을 막게 되므로 입으로만 공기가 나가게 되고 이것이 허공에 그냥 매달려 있는 상태가 되면 공기가 코로 나가게 됩니다. 우리말의 'ㄴ,ㅁ,ㅇ'과 같은 자음은 공기가 코로 나가면서 코 안을 울려서 나는 '비음'입니다.

한편, 소리의 길이, 높이, 세기, 억양 등도 말소리의 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들은 자음이나 모음과 같이 절대적이로 분절적인 소리값을 가지지는 않기 때문에 '초분절음'이라고 합니다. '초분절음'은 단어나 문장의 뜻을 구별하는 데 관여하기도 하고 그냥 정서 표현이나 잉여적인 요소로 쓰이기도 합니다.

 

3. 국어의 음성과 음운

말소리는 두 가지 차원에서 존재합니다. 하나는 실제로 있는 그대로의 물리적인 차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인식하는 차원입니다. 예를 들어, [p]와 [b]는 물리적으로는 분명히 다른 소리인데 [p]는 양순 무성 파열음이고 [b]는 양순 유성 파열음입니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은 이 두 소리의 다름을 쉽게 알아차리지만 한국 화자들은 이 두 소리의 다름을 쉽게 인지하지 못하고 하나의 소리처럼 받아들입니다. 그 이유는 영어에서는 이 두 소리가 같은 음성 환경에 나타나서 이들의 다름에 의해 분화된 낱말쌍이 존재하지만, 우리말에는 이 두 소리가 절대로 같은 음성 환경에 나타나지 않고 따라서 이들의 다름에 의해 분화된 낱말쌍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말 '바보[pabo]'에서 보듯 [p]는 낱말의 첫머리 자리에 올 수 있지만 [b]는 유성음 사이에만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다름에 의해 분화된 낱말쌍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우리말에서 자음 [p]와 [b]는 낱말의 뜻을 구분하는 구실을 하지 않으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두 소리의 다름을 인식할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음운론'에서는 물리적인 상태의 말소리를 음성이라고 하고 모국어 화자가 인식하고 있는 말소리를 '음운'이라고 합니다. 영어에서는 [p]와 [b]를 각각의 음운의 자격을 갖지만 우리말에서는 이 두 소리는 하나의 음운입니다. 모국어 화자의 머리 속에는 음성이 아닌 음운의 목록이 저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운론에는 말소리를 분석하여 그 언어에서 음운의 자격을 갖는 말소리를 가려내는 작업을 '음소 분석'이라고 하는데, 한국어의 음운 체계는 이 작업의 결과 만들어진 음운 목록을 각 소리들 사이의 음운론적 관계를 고려하여 체계화 한 것입니다.

(참고 서적,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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