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음운적 특질
국어의 자음은 예사소리, 된소리, 거센소리의 삼중체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것은 영어의 /k,g/, /t,d/, /p,b/의 이중 체계와 대조되는 특징이다. 국어에서 '불-뿔-풀'의 쌍 각각이 변별되는 것은 자음의 삼중 체계에 의한 것입니다.
국어에는 다른 언어에 비해 마찰음이 많지 않습니다. 한국어의 마찰음에는 /ㅅ,ㅆ,ㅎ/의 세 가지가 있는데 국어의 마찰음 수는 파열음 수보다 적은 것에 반해 영어를 비롯한 인구어는 그 반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어는 첫소리의 자음에 제약이 있습니다. 영어의 경우 'tree'나 'strike'와 같이 첫소리에 둘 이상의 자음이 올 수 있지만, 국어에서는 첫소리에 둘 이상의 자음이 올 수 없으므로 이들을 풀어서 '트리'나 '스트라이크'로 나누어 발음합니다. 또한 첫소리에 'ㄹ'이나 'ㄴ'이 오지 못하기 때문에 '로인(老人)'을 '노인'으로, '녀성(女性)'을 '여성'으로 발음하게 됩니다.
한국어의 자음들은 음절의 끝 위치에서 완전히 파열되지 않습니다. '밭'이라는 단어는 '[밭]으로 발음되고, '꽃'이 [꼳]으로 발음되는 것과 같이 파열음이 음절 끝 위치에 올 경우 터지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닫힌 상태로 발음이 됩니다.
또한 국어는 음절의 끝소리에 하나의 자음만 발음되는 제약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이 [닥]으로, '값'이 '[갑]으로 발음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에는 모음조화 현상이 있습니다. 중세국어의 모음조화 현상보다 현대국어의 모음조화 현상이 많이 파괴되는 경향이 있지만 '졸졸'과 '줄줄', '앉아'와 '얹어' 등의 예를 보면 아직도 모음조화가 잘 지켜지고 있는 예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용언의 어간과 어미의 결합이나 의성어와 의태어에서 양성모음(ㅏ,ㅗ)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ㅓ,ㅜ)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어휘적 특질
국어의 어휘는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한자어를 비롯한 외래어의 비중이 70% 가량을 차지하는데, 전통적으로 한자어의 비중이 우세하여 고유어가 위축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외래어가 증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고유어, 외래어, 한자어의 유의어가 생기면서 위상적 대립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고유어는 상징어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상징어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포괄합니다. 상징어의 음성상징은 양성모음과 음성모음 간에 대립적 가치를 갖는데 양성모음은 가볍고, 밝고, 맑고, 작고, 빠른 느낌과 긍정적 의미 가치를 지니는데 비하여, 음성모음은 무겁고, 흐리고, 크고, 느린 느낌과 부정적 의미 가치를 지닙니다. 음성상징은 모음뿐만 아니라 자음에서도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감감하다-깜깜하다-캄캄하다'에서 된소리나 거센소리가 예사소리에 비해 강도가 높은 것을 나타내는 것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유어에는 감각어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색채어의 경우 '희다, 검다, 붉다, 푸르다, 누르다'와 같은 오색을 중심으로 '하양, 검정, 빨강, 파랑, 노랑', '하얗다, 거멓다, 빨갛다, 파랗다, 노랗다' 등의 다양한 파생어가 형성됩니다. 미각어의 경우 '달다, 짜다, 맵다, 쓰다, 시다, 떫다'와 같은 여섯 가지 기본 미각어를 중심으로 '달짝지근하다, 달콤하다, 새콤달콤하다' 등의 다양한 파생어가 형성되며, 온도어의 경우 '덥다/뜨겁다, 춥다/ 차갑다, 따뜻하다/뜨뜻하다, 서늘하다/미지근하다' 등을 중심으로 수많은 파생어가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에는 친족어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빠, 아버님, 가친, 선친, 춘부장, 선대인' 등의 다양한 어휘가 존재하며, 영어의 'uncle'에 해당하는 '백부, 숙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아저씨, 외삼촌, 이모부, 고모부' 등이 지칭 대상에 따라 분화되어 있습니다.
3. 문법적 특질
한국어는 첨가어로서의 특질을 잘 보여 줍니다. 첨가어를 교착어라고도 하는데 이는 하나의 문법 형태소가 하나의 문법적 기능을 갖는 것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곧, 형태와 기능이 1대1 대응관계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특성을 굴절어인 영어와 비교해 보면 영어의 'their'라는 하나의 형태소에 '3인칭, 복수, 관형격'이라는 세 개의 문법적 기능이 망라되어 있는 데 비해, 국어의 '그들의'는 세 개의 형태소 각각이 하나의 문법적 기능을 갖고 있습니다. 첨가어의 이러한 특성과 관련하여, 국어 문법범주의 실현은 거의 문법 형태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첨가어는 하나의 형태소가 하나의 기능을 갖기 때문에 어간에 문법 형태소를 계속 첨가하여 문법 범주들을 실현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법 범주들의 실현은 영어에서는 통사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국어에서는 형태론적 방식에 의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즉, 영어에서 의문법은 주어와 동사의 위치를 바꾸고, 주어나 목적어의 격이 문장구조에 의해 통사론적 방식으로 실현되는 데 비해, 국어에서는 평서문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채 용언 어간에 의문형 어미를 결합시켜 의문법을 실현하고, 주어와 목적어의 격이 문법 형태소인 조사에 의해 형태론적으로 실현됩니다.
또한 첨가어에서는 하나의 형태소가 하나의 기능을 갖기 때문에 어간에 여러 개의 문법 형태소가 결합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예를 들어 서술어 '힑히시었습니다.'의 구성요소는 문장성분과 구조적인 관련성을 맺고 있습니다.
국어에는 단어 형성법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오르내리다, 굳세다, 검푸르다'와 같이 두 용언을 합하여 새로운 용언을 만들기도 하며, '접칼, 덮밥' 과 같이 용언의 어간과 명사를 합하여 새로운 명사를 만들기도 합니다.
국어의 문장은 기본적으로 '주어-목적어-서술어'의 어순을 지닙니다. 그리고 꾸미는 말이 꾸밈을 받는 말 앞에 옵니다. 이것은 영어 문장이 '주어-서술어-목적어'의 어순으로 나타나며, 꾸미는 말이 꾸밈을 받는 말 뒤에오는 것과 대조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어에는 높임법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높임법은 어말 어미에 의한 문장 종결 표현, 선어말 어미 '-(으)시-', 조사 '께, 께서'와 같은 문법적 장치에 의해 상대 높임법, 주체 높임법, 객체 높임법으로 실현됩니다.
(참고 서적,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