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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음운, 축약과 탈락

by 팍샘 202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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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운의 축약

두 개의 음운이 하나로 합쳐지는 현상을 '축약'이라고 합니다. 이는 음운의 변동 결과 두 음운이 갖고 있던 중요한 성질들이 축약된 음운에 남아 있으면서 음운이 하나로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국어의 자음 축약으로는 거센소리되기가 있는데, 이 현상은 자음 'ㅂ, ㄷ, ㄱ'과 'ㅎ'의 축약에 의해 일어나는 음운 변동입니다. '노랗고'를 [노라코], '많고'는 [많고], '앉히고'는 [안치고]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많고' 를 보면 겹받침 'ㄶ'과 어미의 첫 자음 'ㄱ, ㄷ, ㅈ'이 만날 때, 'ㅎ'과 세 자음이 축약되어 거센소리로 축약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편, 모음 축약의 경우 가장 전형적인 보기는 어간 모음 'ㅗ, ㅜ, ㅣ'와 어미 모음 'ㅏ, ㅓ'의 결합에서 나타납니다. 

'보아서'를 '봐서', '기어서'를 '겨서', '지어라'를 '져라' 등으로 줄이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모음 'ㅗ, ㅜ'나 'ㅣ'로 끝난 어간에 'ㅏ, ㅓ'로 시작하는 어미가 결합할 때에 'ㅗ, ㅜ'는 반모음 ㅜ로 바뀌고 'ㅣ'는 반모음 ㅣ로 바뀌면서 각각 어미 모음과 축약되어 이중모음 'ㅘ, ㅝ'와 'ㅕ'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모음의 축약은 두 모음의 이어짐을 피하려는 조음 의도에 의해 발생합니다. 즉, 두 모음을 이어내면서 각각을 독립적인 음절로 발음하려면 그 사이에 인위적으로 음절 경계를 부과해야 하기 때문에 자음이 개재될 대보다 더 큰 힘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형태소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두 모음이 이어지게 되면 어떤 변동을 통해 모음의 이어짐을 피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게 되는데, 그 방향 중 하나가 반모음화에 의한 축약입니다.

 

2. 음운의 탈락

자음이나 모음이 탈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자음 탈락'에는 'ㄹ' 탈락과 'ㅎ' 탈락이 있습니다. 먼저 'ㄹ 탈락'은 용언 어간의 끝소리인 'ㄹ'이 몇몇 어미와 결함할 때 탈락하는 현상을 보여줍니다. 그 조건이나 동기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어미 첫 자음 'ㄴ, ㅅ'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것입니다. 같은 조음 위치의 자음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나, 둥그나, 우는, 우니, 우소서, 우시고' 등의 단어 활용이 여기에 해당하는 예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미 첫 자음과의 결합에 의해 형성된 겹받침 중 하나를 줄이기 위해 'ㄹ'이 탈락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동사 어간 '놀-'에 관형사형 어미 '-ㄴ'이 결합하면 '놀ㄴ'과 같은 활용형이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리말의 음절 구조에 맞는 것이 아니어서, 이 때 겹받침 중 하나를 탈락시키게 되는데 어간의 끝소리인 'ㄹ'이 탈락하게 된 것입니다. '운, 둥근, 울, 웁니다, 둥급니다' 등이 이 부류에 속합니다. 같은 'ㄹ' 탈락이라도 그 음성 조건이나 동기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달+달+이'이 '다달이'로, '딸+님'이 '따님'이 되는 현상은 파생어나 합성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자음 'ㄴ, ㄷ, ㅅ, ㅈ'  앞에서 'ㄹ'이 탈락하는 현상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ㄹ' 탈락의 환경 중 'ㅈ'을 제외하면 모두 'ㄹ'과 같은 조음 위치에서 발음되는 자음이라는 공통점을 자기며, 'ㅈ'까지 포함해서 그 조건을 생각해 보면 혀끝을 입천장 쪽으로 들어 올리면서 발음하는 자음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따라서 앞에서와 같은 예에 나타나는 'ㄹ' 탈락은 조음위치가 같거나 비슷한 다른 자음들 아펭서 유음인 'ㄹ'이 탈락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넣어서'를 [너어서]로, '쌓으면'을 [싸으면]으로, '끓으니'를 [끄르니]로 발음하는 것은 'ㅎ 탈락'의 예입니다. 이는 발음에서의 'ㅎ 탈락'으로 표기에는 반영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ㅎ'은 모음과 모음 사이, 유성 자음과 모음 사이에서 탈락하고 있습니다. 한국어의 자음 'ㅎ'은 후두 마찰음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조음 위치가 뚜렷하지 않아서 그 소리값은 뒤따르는 모음의 무성음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 자음이 유성음 사이에 놓이게 되면, 그 음성 환경 때문에 자신의 소리값을 실현하지 못하고 약화, 탈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모음 탈락'은 형태소들이 결합하는 과정에서 두 모음이 이어나게 될 때 나타나는 변동으로, 이 역시 음성학적으로 자연스럽지 못한 발음을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끄+어라'가 '꺼라[꺼라]', '담그+아'가 '담가[담가]로 발음되는 것은 어간 끝소리 모음 'ㅡ'가 'ㅏ/ㅓ'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편, '가+아'가 '가[가]'로, '건너+어서'가 '건너서[건너서]'로 발음되는 것은 어간의 끝모음 'ㅏ'나 'ㅓ' 뒤에서 어미 첫 모음 'ㅏ/ㅓ'가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여기서 탈락은 필수적이어서 탈락하지 ㅇ낳은 형태는 전혀 쓰이지 않습니다. 전자의 경우 어간 모음인 'ㅡ'가 탈락하는 것은 한국어 모음 체계에서 이 모음이 가장 약한 모음이기 때문이며, 후자의 경우는 연속하는 같은 두 모음 중 어미 모음이 탈락한다고 보는 것은 어간 모음과 어미 모음이 연속할 때에는 위의 'ㅡ'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에 어미 모음이 탈락하기 때문입니다. 어간의 끝소리 'ㅐ, ㅔ'와 어미 모음 'ㅏ, ㅓ'의 결합에서도 어미 모음이 탈락하게 됩니다. 다만, 이 경우의 탈락은 수의적이어서 탈락하지 않은 형태도 널리 쓰입니다.

출처.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임지룡(2005, 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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