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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의 비어, 속어, 은어

by 팍샘 2023.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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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속어와 은어의 개념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의 말을 통해 한국의 비속어와 욕설 등을 많이 듣게 됩니다. 특히 넷플릭스에서 접한 '지금 우리 학교는'이라는 영화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로 등장해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이를 본 외국인들이 한국 욕설이 귀에 맴돈다고 할 정도로 한국의 욕은 쉽게 들어 볼 수 있습니다.

'비속어'는 '비어'와 '속어'를 합쳐서 이르는 말이다. '비어(卑語)'는 말 그대로 대상을 낮추어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하는 말이며, '속어(俗語)'는 화자가 속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속어'는 흔히 미국의 'slang'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은어(隱語)'는 사용하는 집단끼리 비밀 유이의 목적을 갖고 사용하는 언어를 말하며 청소년 층이나 군대 등의 특수한 집단에서도 사용하지만, 의사들이 진료를 볼 때 환자가 잘 알아 듣지 못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은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비속어와 풍자, 해학

비속어는 한국 문학과 문화 속에서 빠뜨릴 수 없는 언어이며 한국만이 갖고 있는 고유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조선 후기 판소리계 소설이나 '봉산 탈춤'과 같은 전통 가면극과 연희 속에서 그 당시를 살아가는 백성들의 한과 회한을 웃음으로 승화한 풍자와 해학성을 돋우는데 비속어는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비속어나 욕설을 활용한 '언어 유희' 속에서 지배층의 무능과 어리석음을 비판하는 풍자성을 담아 내며 해학으로 해소하려고 하는 우리 민족만의 아름다움 추구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3. 비속어와 사회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비속어 속에는 과거 형벌과 관련된 언어가 많습니다. 즉, 현재 사용하는 비속어를 분석하다보면 과거 우리나라 조선이 어떤 형벌을 백성들에게 사용했을지 짐작 가능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경을 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경을 치다'에서 '치다'는 '점이나 선을 직거나 긋다'라는 뜻입니다. 이는 '먹줄을 치다.'에 쓰인 '치다'와 성격이 같습니다. 그러므로 '경을 치다'는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을 받다.'는 관용적 의미를 띠게 됩니다. 속담 '경치고 포도청 간다.(단단히 욕을 보고도 또 포도청에 가서 벌을 받는다는 뜻)'에 쓰인 '경치다'도 관용적 의미로 쓰인 예입니다. '경을 치다'가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을 받다.'는 관용적 의미로 굳어지면서 여기에 쓰인 '경' 또한 '호된 꾸지람이나 심한 고통'이라는 비유적 의미를 얻게 됩니다. "그런 못된 짓을 하면 주인한테 경이야, 알아서 해!"에 쓰인 '경'은 '혹독한 꾸지람'이라는 의미로 '젊어서 그렇게 판판히 놀았으니, 지금에 와서 경을 볼 수밖에!"에 쓰인 '경'은 '고통'이라는 의미로 쓰인 예입니다.(조항범 1998)

한편 '오라질/우라질'이라는 표현은 못마땅한 상황을 심하게 불평하는 욕입니다. 여기서 '오라'는 예전에 도둑이나 죄인을 묶을 때 쓰던, '붉고 굵은 줄'입니다. '오라'는 줄의 색이 붉어서 '홍사, 홍줄'이라고 했으며, 죄인을 묶는 데 쓰였기에 '포승, 박승'이라고도 했습니다.  '경을 치고, 난장을 맞고, 오살과 육시'를 당하는 형벌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오라를 칠' 정도이면 죄가 가볍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죄는 물론 그러한 죄를 지은 사람도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오라를 질 놈(년)'은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욕입니다. 곧 이는 오라를 질 만큼 잘못을 저지른 특정인을 비난하는 욕이 됩니다. (조항범, <우리말 비어, 속어, 욕설 연구>,충북대출반부) 

마지막으로 '육실할/육시랄'은 지극히 못마땅한 상황을 한탄하는 욕입니다. '육시를 할'에 보이는 '육시'는 '戮屍', 곧 '이미 죽은 사람의 시체에 다시 목을 베는 형벌을 가함'이라는 뜻입니다. 즉 이 말의 뒤에 '놈'이나 '년'이라는 말을 쓰면 어떤 대상에 대한 욕이지만 이를 생략하게 되면, '육시'라는 가혹한 형벌을 가할 만한 상황을 푸념하는 뜻의 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말 비어, 속어, 욕설 연구>,충북대출반부) 

 

4. 바른 언어 생활

비속어나 은어를 연구하는 행위를 통해 우리 사회의 흐름과 문화를 파악할 수도 있지만, 당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판 정신과 풍자와 해학성 등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과 달리 습관처럼 욕을 달고 다니는 청소년들의 언어 생활 문화나 다른 이를 위협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비속어나 욕 등은 말 그대로 사용해서는 안될 언어이며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학 작품이나 매체 속에 등장하는 비속어는 분석할만 한 대상이 되지만, 사용해야 하는 언어나 말은 아닙니다. 어떤 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화자의 이미지가 형성됩니다. 즉, 바른 언어를 사용하고 예의 바른 행동을 하는 사람은 그에 걸맞는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습관적인 비속어 사용을 지양하고, 바른 언어 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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