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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과정과 문법 교육

by 팍샘 2023.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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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교육과정 내에서 '국어 지식'이라고 불리던 '문법'이 다시 '문법'이란 명칭으로 돌아 왔다가, 지금은 '언어와 매체' 교과내에 자리 잡고 있는 '언어'라고 불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실 교육 과정에 따라 이름만 바뀌었을 뿐, 배우는 내용은 거의 흡사하며,  수능  A형과 B형으로 구분되던 시절에 '옛 국어' 영역의 포함 여부만 달라졌을 뿐 이름이 바뀌는 것에 대한 의미는 크게 없다고 생각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임지룡 외,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이라는 책에서는 '문법 교육의 성격과 목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1.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학교 문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그것이 학교 교육의 한 내용 영역으로 포함되어 교수, 학습의 대상이 된다는 데 있다. 즉, 학문으로서의 문법이 객관적이로 이론적인 접근을 통해 도출된 가공의 지식 체계인 반면, 학교 문법은 이런 학문 문법이 제도 교육의 내용 영역이나 교과 중 하나로 편입되어 재구성된 상태의 문법이라고 할 수 있다. 학문 문법은 언어학의 성과물로서 그 자체가 이 학문의 목표가 되는 존재이지만, 학교 문법은 교육 이념과 철학을 바탕으로 수립된 교육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도되는 교육 대상인 것이다.

학교 문법을 교수, 학습의 대상으로 삼는 분야, 다시 말해 문법 지도를 핵심으로 하는 일련의 교육적인 과정을 문법 교육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분야가 국어과 교육의 한 부분으로 다루어져 왔다. 교수 요목기로부터 제3차 교육 과정까지는, 문법 분야가 교육 내용에는 포함되었으면서도 국어과의 하위 영역으로 독립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제4차 교육 과정에 와서 이 분야가 '언어' 영역으로 독립하여 '표현, 이해' 영역 및 '문학' 영역고 ㅏ대등하게 되었다. 아울러, 이 영역만을 다루는 국어과의 하위 과목으로 '문법' 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 이후 5차, 6차에 와서 '표현, 이해'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세분되면서 '언어'는 국어과의 여섯 영역 중 하나의 위상을 갖게 되었는데, 특히 6차 교육과정기에는 국어와 교육 전체와 '국어' 과목에서는 '언어' 영역으로 다루어지고 고등학교 심화 선택 과목으로 '문법'이 자리 잡게 되었다. 제7차 교육 과정에 와서는 명칭이 '언어'에서 '국어 지식'으로 바뀌어 , 1학년부터 10학년까지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의 <국어> 과목에서는 '국어 지식'이라는 하위 영역으로, 11~12학년에서는 심화 선택 과목 중 하나인 <문법> 과목으로 교수, 학습되고 있다. 

 

이후 7차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공통 과목으로 '국어'를, 일반 과목으로 '화법과 작문, 독서, 언어와 매체, 문학'으로 나누고, 진로 선택 과목으로 '실용 국어, 심화 국어, 고전 읽기' 등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공통 과목 '국어'에서는 각 영역을 고루 담고 있으며, 일반 과목으로 올라가면서 각 선택 고목에 따른 심화 학습을 하게 되는 구조 입니다.

 

2. 언어 지식의 교육적 가치

'임지룡 외,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에서는 '언어 지식의 교육적 가치'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문법 교육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일은 그 목표와 방향을 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문법을 왜, 무엇을 위해 가르치는가?'라고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일과 같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문법 교육의 중심 내용인 언어 지식이 지니는 교육적 가치를 따져보아야 한다.

인간의 삶과 관련지어 볼 때, 언어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다. 언어는 인간의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이지만 동시에 학문적 탐구 대상이 되는 하나의 체계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언어는 인간 문화 창조의 가장 중요한 도구인 동시에 그 자체로 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언어의 본질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일은 언어 사용의 주체인 인간 자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과학적 탐구 대상물인 언어에 대한 기본 소양을 갖추며, 언어를 통한 의사 소통 과정이 더욱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능력의 바탕을 닦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언어 문화를 전승하고 창조하며 국어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태도와 자질을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인간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와 현상에 대해 순수한 궁금증을 가지고 탐구하여 그 본질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는데, 그 결과물은 동시대인 혹은 후대인에게 전수되어, 학문적으로는 후속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일반인에 대해서는 정신세계를 살찌우는 교양의 일부가 된다. 언어와 국어에 대한 지식은 역사나 과학, 수학 등 다른 여러 분야의 지식과 함께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고 정신세계의 폭을 넓힘으로써 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골고루 갖춘 교양인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다음으로, 언어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는 그것을 매체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인간은 놀라운 언어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태어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누구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지만 그 능력을 갈고 다듬어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언어 자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말소리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어휘를 적절하게 선택하거나 이해하며, 어법에 맞는 표현력을 갖추는 데에는 언어에 대한 이해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맞춤법이나 발음법, 표준어 및 어법 등 국어 사용의 각종 규범 역시 맹목적으로 암기하거나 연습하기보다는, 그것을 정할 때 적용된 언어학적 원리나 규칙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수련해야 살아있는 언어 능력으로 발전 시킬 수 있다. 또한 언어는 문화의 반영체인 동시에 그 자체로 문화의 일부이다. 우리말에는 우리 겨레의 역사와 삶이 녹아들어 있다. 우리말의 옛 모습이나 변천 과정은 그 자체로 겨레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우리말의 구조와 체계,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곧 우리의 언어문화를 계승하고 창조하는 데 필요한 지식을 쌓고 우리말을 대하는 합당한 태도를 기르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아울러, 우리말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이해함으로써 국어를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필요한 태도와 자질을 길러 줄 수도 있다.

 

위와 같이 한국어, 국어 문법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지정하여 가르칠 만큼 언어를 배움에 있어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단순히 말을 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나라의 문화와 삶, 그리고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문법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출처. 학교 문법과 문법 교육, 임지룡(2005, 박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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